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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 | 日本の歴史 | にほんのれきし/일본제국과 전쟁국가

메이지 시대 일본이 말한 ‘개화(開化)’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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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됨이 좋아지는 것’?

메이지 시대 일본이 말한 ‘개화(開化)’란 무엇인가?

“사람이 개화되었네!”
지금은 좀처럼 쓰지 않는 말이지만,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는 일상어처럼 쓰였던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개화(開化)’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했을까요?
단순히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걸 말했을까요? 아니면, 그 이상이었을까요?


🏮 문명개화(文明開化, bunmei kaika), 메이지 일본의 국가 프로젝트

일본어로 문명개화(文明開化)는 👉 ぶんめい かいか (bunmei kaika, 분메이 카이카) 라고 발음합니다.

  • 文明(ぶんめい / bunmei): 문명
  • 開化(かいか / kaika): 개화, 문명이 열리는 것

즉, bunmei kaika는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의 근대화 정책과 사회 변화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서양 문명을 받아들이고 일본 사회를 근대화하자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 Meiji Ishin)을 기점으로, 일본은 “문명개화”를 국가 슬로건처럼 내세우며 전방위적인 근대화 정책을 추진합니다.

이때의 ‘개화’는 단순히 기차를 달리고, 전등을 켜는 물질적 변화만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 사람의 삶과 마음, 사고방식이 ‘문명화(civilization)’되는 것, 다시 말해 사회의 품격과 인간의 태도가 성숙해지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 메이지유신(明治維新, Meiji Ishin)이란?

일본어로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めいじ いしん (Meiji Ishin, 메이지 이신)이라고 발음합니다.

  • 明治(めいじ / Meiji): 메이지 (1868~1912년, 일본의 연호)
  • 維新(いしん / Ishin): 유신, 근본적인 정치 개혁

Meiji Ishin은 1868년,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천황 중심의 신정부를 수립한 정치·사회적 대전환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은 일본이 본격적인 근대 국가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 ‘문명(civilization)’과 ‘개화(開化)’의 번역

‘문명개화’라는 말은 사실 서양 개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조어(造語)였습니다.
영어의 civilization을 일본어로 옮기기 위해 선택된 단어가 바로 開化(개화, kaika)였습니다.

여기서 참고된 라틴어 어원 civilis는 ‘시민적인’, ‘교양 있는’, ‘도시적인 삶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즉, ‘문명’은 단순한 기술이나 경제의 발전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품위, 공공심, 질서와 도덕, 그리고 인간다운 삶의 태도를 포괄하는 개념이었습니다. 따라서 메이지기의 ‘개화’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됨’이 바뀌고, 사회 전체가 교양을 갖추는 상태를 지향한 것이었습니다.


🧠 니시무라 시게키(西村茂樹, Nishimura Shigeki)의 개화론

Nishimura Shigeki (출처: 위키피디아)

“개화란 곧 사람됨이 좋아지는 것”

이 시기에 중요한 사상가이자 교육자였던 니시무라 시게키(西村茂樹, 1828–1902)는 일본 문명개화론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개화란 곧 사람됨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단순히 외국 기술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도덕, 예절, 지성, 교양, 시민의식‘인간으로서 품격을 갖추는 것’이 진짜 개화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 신문을 읽고,
  • 도시의 거리에서 모자와 구두를 신고,
  • 전등과 전화기를 사용하며,
  •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는 것이
    ‘개화된 사람’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니시무라는 여기에 더해, 공공심과 도덕성,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갖춘 국민이야말로 문명국의 기초라고 믿었습니다.


🏙️ 개화의 일상화 – ‘그 사람, 좀 개화됐네’

이 시기 일본 사람들은 ‘개화’라는 단어를 실제로 일상어처럼 사용했습니다.
누군가가 외국어를 조금 하고, 복장이나 식사를 서양식으로 하면
“あの人は開化してるね~(저 사람은 개화됐네, 아노 히토와 카이카 시테루네~)”라고 말했습니다.

👉 Ano hito wa kaika shiteru ne
(あの ひと は かいか してる ね)

단어별로 보면:

  • あの人(あの ひと / ano hito): 저 사람
  • は(wa): 주격 조사
  • 開化してる(かいか してる / kaika shiteru): 개화하고 있다 → 개화되었다
  • ね(ne): 동의나 감탄을 나타내는 말끝 표현 ("~네", "~지?")

하지만 이 말에는 놀라움, 부러움, 때로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습니다.
단순히 서양식인 것이 아니라, 자기 나라 전통과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가 개화의 진짜 숙제였던 셈이죠.


✍️ 정리하며: 개화란,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다

오늘날 우리는 ‘개화’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지만,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의 개화는
단순한 외적 변화가 아니라, 사람이 변화하고, 사회가 품격을 갖추는 과정이었습니다.
니시무라 시게키가 강조한 것처럼, 문명개화란 곧 ‘사람됨이 좋아지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문명이 발전해도 인간이 성숙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질문을 메이지 시대 일본도 던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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