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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 | 日本の歴史 | にほんのれきし/일본제국과 전쟁국가

📚 “문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조선 지식인 유길준의 개화론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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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유길준 (위키피디아)

"기차가 달린다고 개화한 나라일까?"
"모자 쓰고 사진 찍는다고 문명국일까?"

19세기 말 조선,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거쳐 서구 문명을 급속히 받아들이고 있었고,
청나라는 자강(自強)을 외치며 서양 기술을 도입하고 있었으며,
조선은 ‘문명’과 ‘야만’, ‘개화’와 ‘전통’ 사이에서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 조선 최초로 체계적인 서양 문명론을 소개한 책이 등장합니다.
그 책이 바로 『서유견문(西遊見聞)』, 그리고 그 저자는 유길준(兪吉濬)입니다.

서유견문 (출처: 연합뉴스)


👤 유길준은 누구인가?

1882년 일본 유학 중인 유길준(위키피디아)

 

  • 이름: 유길준(兪吉濬, 1856–1914)
  • 출신: 조선 한성 출생
  • 주요 활동: 김옥균, 박영효 등 개화파와 교류 / 일본과 미국 유학
  • 대표 저서: 『서유견문(西遊見聞)』 (1895년 출간)

유길준은 일본과 미국 등지를 직접 유학하며 서양 문물과 제도, 철학, 과학 등을 조선어로 정리한 최초의 근대 서술자였습니다.
『서유견문』은 조선인 지식인이 직접 목격하고 기록한 서구 근대의 체험담이자 해설서로, 조선 지식인들에게 문명과 개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습니다.


📘 『서유견문(西遊見聞)』 속 개화론

“개화란, 인간 세상의 모든 영역이 지극히 선하고 고상한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유길준은 개화를 단순히 기술이나 제도의 수입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개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따라서 어떤 한두 가지 성취만 놓고 개화된 경지라 한정시켜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윤리적인 행실을 잘 지켜 인간된 도리를 안다면 이는 행실이 개화된 것이며,
나라 정치를 바르고도 크게 하여 국민에게 태평한 삶을 주었다면 이는 정치가 개화된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개화를 두루 겸비한 후에야 비로소 개화를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 요점 정리:

  • 개화란 ‘다양한 영역의 품격 있는 상태’
  • 기술만으로 문명국이 될 수 없다
  • 윤리, 정치, 교육, 생활… 모든 차원의 변화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는 일본의 ‘문명개화(文明開化, ぶんめい かいか / bunmei kaika)’처럼 일방적 서구 모방에 기초한 개화론과는 구별되는 조선 지식인의 성찰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 일본 개화론과의 차이점

  유길준 (조선) 후쿠자와 유키치 (일본)
개화 정의 선과 고상함의 다면적 실현 능력의 발현 → 경쟁과 성장
중시한 가치 도덕, 정치, 교육, 윤리의 조화 자립, 독립, 정신적 계몽
문명의 기준 인간됨의 품격 욕구와 능력의 확대
태도 비판적 수용 / 내면화 강조 실용주의적 수용 / 경쟁 강조

조선은 일본보다 기술적으로는 뒤처졌지만, 그 개화 담론 안에는 더 도덕적이고 전체론적인 기준이 존재했습니다.


🔍 왜 지금, 유길준의 개화론을 다시 읽는가?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선진국", "문명", "성장", "개발"이라는 말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언어 속에 '어떤 가치'가 들어 있는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유길준은 말합니다:

“한두 가지를 이루었다고 문명이라 말하지 말라.
문명은 삶 전체가 조화롭고 고상할 때 가능하다.”

이는 단지 19세기 조선의 주장이라기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문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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