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대표 메뉴 중 하나가 바로 이쿠라동(いくら丼, 이쿠라돈)입니다.
'이쿠라(いくら, 이쿠라)'는 연어알(鮭卵, いくら, 이쿠라)을 뜻하고, '동(丼, どんぶり, 돈부리)'은 덮밥을 의미하죠.
즉, 이쿠라동 = 연어알 덮밥입니다.
하지만 같은 이쿠라동이라 해도 삿포로(札幌, さっぽろ, 삿포로)와 오타루(小樽, おたる, 오타루)에서 먹는 이쿠라동은 분위기부터 맛까지 꽤 다른 개성이 있습니다.
삿포로식 이쿠라동: 넘치는 퍼포먼스의 도시
삿포로의 이쿠라동은 말 그대로 양으로 승부합니다.
덮밥 위에 이쿠라를 가득가득 쌓아올려,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예요. 어떤 가게에서는 이쿠라를 손님 앞에서 흘러넘칠 때까지 퍼주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스타일을 일본에서는 도카케(どかけ, 도카케)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잔뜩 쏟아붓다'는 뜻으로, 이쿠라를 바가지로 쏟아주는 장면은 사진과 영상 욕구를 폭발시키죠.
또한 니조 시장(二条市場, にじょういちば, 니조이치바) 같은 곳에서는
이쿠라무라세(いくらむらせ, 이쿠라 무라세)라는 말처럼
마치 '이쿠라 마을'에 온 것처럼 종류도 많고 덮밥 스타일도 다양해요.
오타루식 이쿠라동: 조용한 감성, 장인의 손맛
반면 오타루는 절제된 미(美, び, 비)를 중시하는 도시입니다.
이쿠라를 너무 많이 올리기보다, 정갈하고 균형 잡힌 비율로 담아냅니다.
오타루의 식당에서는 이쿠라 쇼유즈케(いくら醤油漬け, いくらしょうゆづけ, 이쿠라 쇼유즈케)
즉, 간장에 절인 이쿠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덕분에 짠맛보다는 감칠맛(旨味, うまみ, 우마미)이 도드라지죠.
왜 '쇼유즈케'인가?
쇼유(醤油, しょうゆ, 쇼유)는 간장.
즈케(漬け, づけ/つけ, 즈케)는 '절이다, 담그다'는 의미입니다.
즉, '쇼유즈케'는 '간장에 절인'이라는 뜻이에요.
갓 잡은 연어알(이쿠라)을 숙성된 간장 베이스에 하룻밤 이상 담가두면,
짭조름하면서도 깊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살아납니다.
이 때문에 짜지 않으면서도 입 안에 은은한 바다의 풍미가 퍼지죠.
오타루의 조용한 골목길에 위치한 소규모 식당들은
이러한 쇼유즈케 이쿠라를 정갈하게 담아,
밥 위에 올리고, 때로는 깻잎(しそ, 시소)이나 와사비를 살짝 곁들입니다.
밥알 하나, 이쿠라 한 알에도 장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곳—
그게 바로 오타루의 이쿠라 쇼유즈케 동입니다.
조용한 오타루운하(小樽運河, おたるうんが, 오타루운가)를 따라 걷다가
작은 식당에 들어가 이쿠라동을 먹으면, 밥 한 숟갈에 바다의 맛과 장인의 정성이 함께 녹아있는 느낌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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