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일본 여행을 가서 아침식사로 낫토(納豆)를 처음 마주하면 대체로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이걸 왜 먹어…?", "비린내가 장난 아닌데?"
그런데 일본인들은 그 낫토를 마치 ‘영양 만점 보물’이라도 되는 듯 밥에 비벼 먹고, 김에 싸 먹고, 국에도 넣습니다.
왜일까요?
낫토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낫토는 놀랍게도 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발효식품입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헤이안 시대(서기 11세기 무렵)의 문헌에 등장하는데,
그보다 앞서 나라 시대(8세기경)의 궁중 기록에도 콩을 짚에 싸서 발효시킨 음식이 나옵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식품이 된 건 에도 시대 이후로, 특히 동북지방(도호쿠)을 중심으로 농민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널리 퍼졌습니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은 볏짚(와라)에 삶은 콩을 넣고 자연 발효시키는 것이었죠.
낫토의 유래에 얽힌 이야기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건 다음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미나모토노 요시이에 장군이 전쟁 중 남은 콩을 볏짚에 싸서 짐에 묶어두었는데,
며칠 후 꺼내보니 발효가 되어 끈적끈적한 콩이 되어 있었다는 전설입니다.
의외로 맛이 좋아 병사들과 함께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죠.
이런 우연한 발견이 ‘낫토의 시작’이 되었다고도 전해집니다.
일본인의 낫토 사랑, 어디까지?
낫토는 일본에서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문화의 일부입니다.
어린이도 낫토 도시락을 먹고, '낫토 좋아하는 남자 = 건강한 남자'라는 이미지까지 있을 정도죠.
편의점, 슈퍼마켓, 가정마다 기본처럼 구비된 낫토는 매일 아침 식탁에 오르며 "낫토 없인 못 살아!"라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낫토 요리들
1. 타마고 낫토 고항 (달걀 낫토밥)
날달걀 + 낫토 + 간장 + 밥의 황금 조합
일본식 ‘초간단 아침식사’
2. 오쿠라 낫토
오쿠라(오크라) 특유의 끈적임 + 낫토의 끈적임 = 더블 점액질!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최고의 반찬
3. 낫토 마키(納豆巻き)
김밥 형태로 낫토를 넣은 초밥
간편한 스낵, 편의점 인기 품목
4. 낫토 파스타
의외로 고소하고 진한 풍미로 인기
마늘, 간장, 버터와 잘 어울림
5. 낫토 미소시루
국물 요리에 낫토? 생각보다 괜찮다!
도호쿠 지방 전통 방식
왜 낫토를 좋아할까?
후코이단, 비타민 K2, 식이섬유, 단백질 등 영양이 풍부
장 건강, 혈액순환 개선,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건강 효과
그리고… 끈적한 그 식감! 일본인은 '노도고시(목넘김)'를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입니다
마무리하며
한국인의 입맛에는 아직 낯설고 어려운 낫토지만,
일본에서는 수천 년 이어져온 발효 미식의 결정체입니다.
다음에 일본 식당에서 낫토를 마주하게 된다면,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한 번쯤 젓가락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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