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일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인기 생선, 연어.
초밥집에서 ‘사몬(サーモン)’은 늘 사랑받는 메뉴이고,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연어 초밥이나 사시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이 예전부터 이렇게 연어를 생으로 먹어왔던 걸까요?
고대부터 이어진 연어와의 인연
사실 연어는 오래전부터 일본인의 식생활 속에 존재해왔습니다.
그 기원은 죠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특히 홋카이도나 동북 지방에서는 가을철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를 잡아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저장식으로 활용했습니다. 겨울철 식량으로 귀하게 쓰였던 것이죠.
에도 시대에는 ‘연어 가도(鮭街道)’라 불리는 유통 경로를 통해 북쪽 지방에서 잡은 연어가 에도(지금의 도쿄)까지 운반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연어는 날로 먹는 생선이 아니라, 굽거나 찌거나 조려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생연어는 비교적 최근의 문화?
우리가 아는 ‘사시미용 연어’, 즉 생으로 먹는 연어는 일본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1980년대 이후, 노르웨이에서 양식된 연어가 일본에 수입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양식 덕분에 기생충 위험이 적은 연어가 가능해졌고, 노르웨이 정부와 수산업체가 일본 시장을 목표로 한 마케팅을 펼친 결과,
일본 고급 일식집에서 먼저 생연어가 소개되고, 이어 대중 초밥집과 슈퍼마켓, 편의점까지 퍼지며 빠르게 대중화되었습니다.
왜 연어는 사시미로 늦게 먹히기 시작했을까?
우리는 지금 초밥이나 사시미에서 연어를 흔하게 먹지만, 사실 일본에서는 연어를 날로 먹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겹쳐져 있습니다.
첫째, 연어는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생선입니다. 바다에서 살다가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올라오는 연어는, 이 과정에서 기생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아니사키스’라는 기생충이 대표적인데, 이 기생충은 사람에게 감염되면 심한 복통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합니다. 그래서 자연산 연어는 날로 먹기에 부적절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둘째,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연어를 굽거나 조려서 먹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연어는 소금에 절여 저장하거나, 불에 구워 먹는 생선이었지, 날로 먹는 생선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사시미로 먹는다는 발상 자체가 생소했습니다.
셋째, 생연어가 사시미로 대중화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 노르웨이에서 기생충 감염 위험이 낮은 양식 연어를 일본에 수출하기 시작하면서부터죠. 이 연어는 위생적으로 안전했고, 냉동 처리로 기생충 위험도 줄일 수 있어서 날로 먹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노르웨이 측에서는 광고와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쳐, 연어 사시미가 일본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게 되었죠.
마지막으로는 소비자 인식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연어는 붉은 살 생선인데,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붉은 살 생선은 익혀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참치처럼 예외적인 고급 생선이 아니면, 붉은 생선을 날로 먹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던 거죠.
결국 정리하자면, 연어가 사시미로 자리 잡기까지는 기생충 위험, 전통적인 먹는 방식, 양식 기술의 발전, 소비자 인식 변화 같은 요소들이 모두 맞물려 있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흔한 연어 사시미가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식문화라는 점이 흥미롭죠.
연어는 어떻게 ‘사몬’이 되었을까?
일본 전통에서는 연어를 ‘사케(鮭)’라고 부르지만, 지금 사시미나 초밥에 올라가는 연어는 주로 양식산 생연어를 의미하는 ‘사몬(サーモン)’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는 ‘일본 전통 연어’와 ‘양식 생연어’를 구분하는 상징이자, 일본 식문화의 변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 일본인은 고대부터 연어를 먹어왔지만, 조리된 형태(구이, 조림, 염장)가 중심이었다.
- 생연어를 사시미나 초밥으로 먹는 문화는 1980년대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수입 이후에 생겨났다.
- 오늘날 ‘사몬’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시미 재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연어를 날로 먹는 문화는 일본 전통이 아니라, 글로벌 수산업과 마케팅이 만들어낸 식문화의 혁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