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를 여행하며 마주치는 지명들,
‘삿포로’, ‘오타루’, ‘이시카리’, ‘시레토코’…
이 이름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놀랍게도, 이들 대부분은 홋카이도의 원주민 ‘아이누족’의 언어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일본어가 아닌, 바로 ‘아이누어’에서요.
🌲 아이누족,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아이누(Ainu)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그들은 수렵, 어로, 채집을 중심으로 한 자연 친화적 생활방식을 이어왔으며,
불을 숭배하고, 곰을 신의 사자로 여기는 독자적인 신앙 체계를 가졌죠.
말과 전통은 ‘유카라(Yukar, ユーカラ)’라는 서사시로 구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길게는 수천 행에 달하는 이 유카라는 마을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밤마다 들려주던 ‘이야기’이자, 역사이자 철학이었습니다.
🗺 지명 속 아이누어
홋카이도의 주요 도시와 자연명에는 아이누의 흔적이 깊게 남아 있습니다.
- 삿포로(札幌, Sapporo)
: ‘건조한 대지’라는 뜻.
(아이누어: sat poro → “건조한, 넓은”) - 이시카리(石狩, Ishikari)
: ‘굽이굽이 흐르는 강’. 현재 이시카리강(石狩川)의 이름 유래.
(아이누어: i-sikar-pet → “자주 굽는 강”) - 오타루(小樽, Otaru)
: ‘모래가 많은 곳’ 또는 ‘작은 수로가 많은 곳’.
(아이누어: o-tar-un-shi → “모래 있는 하구의 마을”) - 무로란(室蘭, Muroran)
: ‘안개가 자주 끼는 하구’.
(아이누어: mo-ru-o-ran → “소의 바다(작은 만)” 혹은 “안개 자욱한 곳”으로 해석되기도) - 도마코마이(苫小牧, Tomakomai)
: ‘늪이 많은 강 근처’.
(아이누어: to-mak-oma-nai → “늪이 많은 강”) - 시레토코(知床, Shiretoko)
: ‘지구 끝’이라는 뜻. (세계자연유산 지역)
(아이누어: sir-etok → “땅의 끝”) - 왓카나이(稚内, Wakkanai)
: ‘차가운 물의 곳’. 일본 최북단의 도시.
(아이누어: wakka-nay → “물이 있는 곳”, “찬물의 냇물”)
이름 하나하나가 아이누의 생활환경, 자연, 감각을 반영합니다.
이 지명을 읽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시선으로 대지의 언어를 듣게 되는 것이죠.
🌿 지금, 아이누를 만나다
오늘날 아이누 문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복원되고 있습니다.
‘우포포이(국립 아이누 민족박물관)’에서는 아이누 주거지 재현, 전통 춤, 악기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시레토코, 아칸 호수 인근에서는 아이누 공예와 민속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우포포이(ウポポイ, Upopoy)는 일본 홋카이도 시라오이(白老)정에 위치한 ‘국립 아이누 민족박물관 및 공원(国立アイヌ民族博物館・民族共生象徴空間)’의 애칭입니다. ‘우포포이’라는 이름은 아이누어로 ‘(여러 사람이) 함께 노래하다’는 뜻입니다.
ウポポイ(民族共生象徴空間) NATIONAL AINU MUSEUM and PARK
ウポポイ(民族共生象徴空間)公式サイト。日本の北海道にあるアイヌをテーマとしたナショナルセンター。利用案内・プログラム、イベント案内等。
ainu-upopoy.jp
홋카이도를 단지 '눈과 온천'의 땅이 아닌,
기억과 이야기가 살아있는 문화의 땅으로 보는 순간, 여행의 깊이는 달라집니다.
‘눈 위를 걷는다’는 것은,
그 땅을 먼저 살아간 이들의 발자국을 밟는 일이다.
홋카이도의 바람 속, 아이누의 노래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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