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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 | 日本の文化 | にほんのぶんか/사소한 일본 문화 이것저것

🍟 “감자를 바삭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 일본 국민 과자 가루비(Calbee)의 시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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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과자 ‘가루비’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편의점에서 익숙하게 마주치는 가루비 감자칩. 특히 '야키니쿠맛', '짱구과자', '자가리코'처럼 한국 소비자에게도 친숙한 제품이 많아, 일본 여행 중 기념품으로도 자주 언급됩니다. 그런데 이 과자를 만든 회사 ‘가루비(Calbee)’, 그 이름의 유래부터 시작해보면 의외로 흥미롭습니다.

Calbee는 Calcium(칼슘)Vitamin B1(비타민 B1)의 합성어입니다. 과자 브랜드 이름치고는 의외로 '영양학적'이죠?

이는 단순한 스낵 제조업체가 아니라, 전후(戰後) 일본의 식량난 속에서 새로운 식품 자원을 찾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감자칩 기업’이 아닌, 버려지던 원료를 다시 쓰는 데서 출발한 기업이라는 점은 지금 다시 돌아볼 만한 포인트입니다.

カルビー株式会社

ようこそ、カルビーのホームページへ。商品情報やキャンペーンなどの楽しい情報をはじめ、企業理念やカルビーのDNAなど私たちが大切にしている想いや活動をご紹介しています。

www.calbee.co.jp

 


 

히로시마, 1940년대 전후 폐허 속 가루비의 시작

가루비의 창업자 마쓰오 다카시(松尾孝, 1912~2001)는 히로시마 출신입니다. 전쟁 직후 원폭 피해로 거의 모든 것을 잃은 히로시마에서, 그는 쌀겨(米ぬか)—당시에는 동물사료나 공업용 폐기물로 취급되던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식품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합니다.
그가 들은 청년강연의 한 문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연구할 만한 한 가지를 찾고, 후세에 남겨라."
‘1인 1연구(一人一研究)’, 이것이 가루비의 철학이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쌀겨에서 추출한 미강으로 전쟁 중 식량 대체용 떡을 만들었고, 그 경험은 ‘건강을 위한 식품 제조’라는 사명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타카시 마츠오 (출처: 가루비)

 


 

🍘 쌀 대신 밀로 만든 ‘아라레’: 일본 과자 혁신의 서막

1950년대 초, 일본은 여전히 식량 배급제가 유지되던 시기였습니다. 쌀을 쓰는 과자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했죠. 대신 마쓰오 다카시는 미국 원조로 대량 수입되던 밀가루에 주목합니다.

갓파 아라레 (출처: 가루비)

“쌀로 만드는 아라레가 있다면, 밀가루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도전은 일본 최초의 ‘밀 아라레’로 불리는 '갓파 아라레(かっぱあられ)'를 탄생시킵니다. 이 제품이 바로 우리가 아는 갓파 에비센(かっぱえびせん)의 전신입니다.

전통적인 쌀 아라레와 달리, 갓파 아라레는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여 개발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달콤하고 짭짤한 맛(甘辛い味)으로 출시되었으며, 이후 다양한 맛의 변형이 등장하였습니다. 밀가루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갓파 아라레는 바삭하고 가벼운 식감을 자랑합니다. 갓파 아라레는 출시 이후 다양한 맛의 변형이 등장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가っぱ 아라레 아마카라야키(甘辛焼き)'는 달콤하고 짭짤한 맛을 강조하였으며, '가っぱ 아라레 이치반야리(一番槍)'는 다시마 소금 맛(こんぶしお味)을 특징으로 하였습니다 .Wikipedia
갓파에비센 (출처: 가루비)

그리고 ‘갓파’라는 명칭은 일본 전통 요괴인 ‘갓파(河童)’에서 유래된 것으로, 당시 일본인의 향수를 자극하며 제품 인지도에 한몫했습니다.

다만, 이런 일본적 기호는 해외시장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실제로 Calbee는 북미 시장에서 ‘Harvest Snaps’ 등 전혀 다른 브랜드명을 씁니다.

농심 새우깡 (출처: 농심몰)
농심의 '새우깡'과 일본 가루비(Calbee)의 '갓파 에비센(Kappa Ebisen)'은 유사한 형태와 맛으로 인해 오랜 기간 비교되어 왔습니다. 두 제품은 모두 새우를 주원료로 한 스낵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동되기도 합니다. 

1964년, 가루비는 '갓파 에비센'을 출시하여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제품은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여 새우 맛을 강조한 스낵으로, 간단한 재료와 독특한 식감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

1971년, 농심은 '새우깡'을 출시하였습니다. 당시 농심은 '갓파 에비센'의 인기에 주목하여 유사한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1년 이상의 연구 개발 기간을 거쳤습니다. 특히 적절한 조리 온도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약 360톤의 밀가루와 새우를 사용하여 실험을 반복하였습니다. Wikipedia

이러한 노력 끝에 탄생한 '새우깡'은 출시 직후 큰 인기를 얻었으며, 농심의 성장을 견인하는 대표 제품이 되었습니다. 출시 3개월 만에 매출이 350% 증가하였고, 이후 '바나나킥', '꿀꽈배기' 등 다양한 스낵 제품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Wikipedia 

두 제품은 형태와 맛에서 유사점을 보이지만, 원료와 제조 방식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갓파 에비센'은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며, '새우깡'은 쌀가루를 사용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되었습니다. 또한, '갓파 에비센'은 일본 전통 요괴인 '갓파'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쳤으며, '새우깡'은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라는 CM송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Kids encyclopedia facts from Kiddle

농심의 '새우깡'은 일본 가루비(Calbee)의 '갓파 에비센(Kappa Ebisen)'과 유사한 형태와 맛을 지니고 있지만, 공식적인 라이선스 계약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된 제품입니다. 농심은 1971년 '새우깡'을 출시하면서, 당시 일본에서 인기 있던 '갓파 에비센'을 참고하였으나 직접적인 모방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농심 측은 "여러 제품을 참조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제품이 나올 수는 있지만, 우리 제품은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Wikipedia 또한, 위키피디아의 스페인어판 '갓파 에비센' 문서에서도 '새우깡'은 가루비의 라이선스를 받지 않고 제조된 제품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Wikipedia

 


 

🍤 갓파 에비센의 대히트, 그리고 브랜드의 ‘국민화’

갓파 에비센는 1964년 출시와 동시에 대히트를 쳤고, 연 매출 100억 엔을 돌파하며 일본 전역에 퍼져 나갔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광고 문구가 있었죠.

“やめられない、とまらない(멈출 수 없어, 그만둘 수 없어!)”

이 문장은 지금도 일본인에게 일종의 문화적 밈으로 통합니다. 
 


🍟 감자칩의 세계화와 '자가리코'의 젊은 감성

이후 Calbee는 자가리코(JagaRico), 사포로 포테이토(Sapporo Potato), 포테이토 칩스(Potato Chips) 등 감자 기반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합니다. 이들 제품은 주로 규격 미달 감자못난이 감자를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버려지던 식자재를 ‘맛있게’ 만들었다는 점은 환경적, 경제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브랜드가 ‘친환경’을 어떻게 마케팅 자산으로 전환했는지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과자 한 봉지 너머의 역사 읽기

가루비 감자칩은 단순한 스낵이 아니라, 전후 일본의 경제 회복 과정, 자원 활용 전략, 그리고 브랜드 마케팅의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버려지던 자원을 활용한 창의적 식품 개발'이라는 기업 철학은 당시 식량난과 자원 부족이라는 시대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것이며, 이는 이후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갓파 에비센과 같은 대표 제품은 일본 고유의 문화 요소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고, 이러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기업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서사가 항상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기업의 생존과 성장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도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제품을 단순히 '일본 제품이니까'라는 이유로 소비하기보다는, 그 배경과 구조를 함께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소비 행위는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이 가진 문화적·경제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동반할 때 더 풍부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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